국민이 지키는 나라
싸우고 증명하며 기록한 112일간의 탄핵심판 이야기
작년 12월 3일은 한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계엄이라는 미명하에 쿠데타를 목격했습니다. ‘왕’이 되고자 했던 주정뱅이 무능력자와 그를 시켜 권력을 거머쥐려한 김건희와 그 일당들이 벌인 이 시대착오적인 행위에 동조한 이들이 너무도 많았다는 사실도 현재 이 나라에 사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들을 처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지킨 민주공화국과 반복 탄핵의 경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로 우리 국민이 민주공화국을 지켰다.
정말 위태로웠다.
우리 국민들이 수십 일간 추운 광장에서 밤새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이는 후세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우리 민주주의가 지금 실패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번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세 번째 탄핵, 네 번째 탄핵이
또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고,
그럴 때마다 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 김진한 변호사
우리가 중요하게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
천운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국회로 달려가 군인들을 막던 국민들을 기억합니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물론 군인들도 이 과정을 막거나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등 소극적이나마 반기를 든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며 아직 이 나라가 기울지는 않겠구나 하는 확신과 민주주의가 건제하다는 자부심이 생긴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우리가 민주주의에 아주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탄핵 절차는 벌써 3번이나 밟았고, 그 중에 실제 탄핵 인용은 2번이나 됩니다. 이 문제를 이번에도 그냥 유야무야 끝나게 된다면 김진한 변호사님이 지적하는 것처럼 탄핵은 계속 이뤄질 것이고, 그 원인은 지금보다도 더 정도가 심해질 것입니다.
육사 엘리트와 군 조직이 남긴 과제
이번 일은 특히 육사 출신 엘리트 장교들에게
큰 심리적 충격을 남겼으리라 생각한다.
믿었던 대통령은 자기가 지시한 사실도
부정하는 겁쟁이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무시해왔던 비육사 출신 장교들은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밝히며 대통령을 꾸짖었다.
이제 이 역사적 교훈을 문서화해
각급 양성 과정에서 교보재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분명 전두환이 아니라
12·12 군사반란에 항거한 장태완이 옳은 일을 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육사에서는 이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 민주주의의 법통이다 - 김정민 변호사
국민의 적은 군인에게도 적이다
미국에서 우리나라를 평가할 때 ‘엘리트 카르텔’ 구조를 지적합니다. 법 위에 존재하는 이들은 애초에 법을 지킬 생각조차 없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게 거추장스러우면 아예 뭉개버릴 심산이기 마련입니다. 군사반란에 주역이었던 조직은 아직도 건재하고, 본인들이 다시 그 기회를 가지려는 욕심은 버리기 어렵습니다. 이런 인물들은 이번에도 멍청하게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그 조직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할거라 재단하면 안 되겠지만, 본인들이 소속된 조직이 이런 일들을 저질렀다는 부끄러움은 가지고 있어야 마땅합니다.
프랑스의 무관용과 관용, 우리가 배워야 할 것
프랑스는 제일 먼저 지식인, 언론인과 문필가 그리고 법관과 같은
나치의 지배 논리에 정당성을 만들어준 엘리트들을 처벌했다.
그들의 악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거다.
시간이 지나 일부가 풀려났지만 정상적인 사회 활동은 불가능했다.
피선거권, 투표권을 박탈했고,
공직은 물론 언론, 국영기업체에서 일할 수 없게 했다.
‘가해자는 용서를 빌고, 피해자는 용서를 하는 거다’라는
너무 당연하고 옳은 이야기를 프랑스는 실행하고 지켰다.
그렇다.
철저한 조사와 재판 그리고 엄혹한 처벌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자
피해자들이, 프랑스 국민들이 이제 그만하자.
이제 관용을 베풀자고 했다.
그러자 정부가 ‘이제 그만해도 되겠습니까?’ 물었고
시민들의 응답으로 프랑스는 관용의 나라가 된 거다.
애초에 무관용으로 처벌했기 때문에 관용을 베풀 수 있었던 거다.
관용과 통합은 단죄에서 시작된다 - 정청래 국회의원
엄벌과 선처를 동시에
프랑스도 제대로 정리하지는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샤넬입니다. 이중첩자였던 그도 정리하지 못했지만, 현대에서 역사적으로 부역자를 가장 강하게 응징한 것도 프랑스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부역하던 인물들을 정리하기는 커녕 지금까지 한국을 지배하는 계층은 이들 자손입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탄핵 이후 쿠데타에 대한 재판이 6개월 가량 진행된 지금도 벌을 받은 사람이 1명도 안 나오는 현실을 보면 더더욱 실망감이 들고 미래가 어두워질 정도입니다.
結
탄핵 절차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이 과정을 진행하던 변호인단 17명이 각자의 소회와 최종변론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깊은 내용은 없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길래 탄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지만, 국짐당은 혐오합니다. 전두환이 창당한 이래 북풍을 조장해 왔고, 자신들의 권력을 수호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려던 이 백해무익한 극우당은 빨리 해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계엄에 동조한 법비들, 군인, 경찰, 그리고 공무원들까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