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All the Beauty in the World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nd Me
Patrick Bringley | 2022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을 잃어본 경험을 한 분들은 그 상실감의 크기를 알 겁니다. 저자 페트릭 브링리님은 가장 가까왔던 형을 잃고 시작된 긴 방황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주간지에서 기자로 일했던 배경이 있어서인지 문장마다 표현이 감성적입니다.
상실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
1장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수한 일을 하는 사람
상처가 깊을수록 치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자는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과 경비원이라는 단순한 일로 마음에 받은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이 아니라 동료들의 삶과 방문객들, 그리고 미술관 내 크고 작은 사건들로 채워집니다. 단순한 일을 한다고 단순한 삶이 아니고,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전에 짧지만 치열했던 삶과 대비되어 세상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을 겁니다.
미술관에서 쌓인 일상
이 일을 거의 5년 동안
하다 보니 몇 가지 습관이 생겼다.
친한 친구들이 생겼고,
내가 일하기 좋아하는 전시실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전시실을 구별하게 됐다.
10장 애도의 끝을 애도해야 하는 날들
처음 이 책을 열었을 때는 작품마다 받은 감상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서 쓴 작품일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그래서 내심 미술 작품에 담긴 내용들을 어떻게 재밌게 풀었을까 하는 얇은 기대를 한게 제 속내였습니다. 이런 기대는 처음부터 빗나갔고, 깊은 상실감이 단순히 예술이 아니라 예술이 담긴 장소와 그 장소를 지나치고 머무는 사람들 이야기로 치유되어 가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글에 담긴 저자의 감정이 나아가는 걸 보면 흡사 기분이 나아진 사람의 표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結
저처럼 이성이 감성보다 앞서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왜 와닿는지 이해가 안 갈 수 있습니다. 저도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10년이란 시간을 너무 허비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겪어봤던 분들 중에는 상실감 크기 만큼이나 시간이 필요한 분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간동안 본인이 겪고 생각했던 소소한 일상이 주는 작은 울림이 이 책이 가진 매력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글이라는 건 그 사람이 겪은 것을 담은 농도만큼 사람들에게 전해지는게 많은 것도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