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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eginnings Bill Gates | 2025


저자는 설명이 필요없는 사람입니다. 소프트웨어에서 한 획을 그은 MS(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입니다. 저와 비슷한 세대분들이라면 개발 경력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회사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가 직접 쓴 이 책은 부제처럼 본인 일생의 앞부분,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애틀에 자리잡기 전까지를 다룹니다.


레이크사이드에서 시작된 BASIC

나는 그렇게 1968년부터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질적인 요소가 합쳐져야 했는지를 생각하면,
그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놀랍다.
우리에게 단말기를 안겨 준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믿음의 도약,
전화선을 통해 컴퓨터를 공유하는 시대의 도래라는
행운을 넘어 이 기적을 완성한 것은
다트머스 대학의 두 교수가
BASIC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기로 결정한 일이었다.

5장 레이크사이드

스스로 탁월했다는 것을 믿었고, 인정 욕구도 강했으며, 욕심도 있었던 인물이 이런 겸손한 표현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분명 많은 조건과 도움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일한 상황에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할 노력과 실력입니다. 제 경우도 86년에 전학을 통해 우연히 간 지방 도시 학교에 간 이듬해 처음 8비트 PC 를 사용했고, BASIC 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중학교까지 배워 Turbo-C 까지 배웠고, 결국 대학 전공과는 다르게 개발로 밥 먹고 살고 있습니다. 가늘고 길게 살아온 저 같은 사람과 비교한다는게 우습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뭔가를 이뤄낸 사람의 열정과 노력은 이렇게 겸손하게 볼 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빌 게이츠의 친구, 켄트와 폴 앨런

그 누구도 나를 얕잡아 보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켄트 역시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것을 싫어했다.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이.
폴 앨런이라는 10학년생이 이 점을 바로 알아차렸고,
이를 아주 멋지게 활용했다.
「빌, 네가 그렇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한번 해결해 봐.」
훗날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하게 될 사람이
나를 알게 된 초기에 건넨 말 중 하나다.

5장 레이크사이드

넷플릭스를 처음 접했을 때 본 첫 다큐가 빌 게이츠에 대한 내용입니다. 거기서 켄트라는 사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폴 앨런은 공동 창업자로 유명했고,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저는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 인물이 살아있었다면 MS 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폴 앨런과의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도 굴곡이 있었다는 걸 보면 사람은 같으면서도 다른면이 있어야 협력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같은 관심사에 오히려 빌 보다 컴퓨터에 열광했던 이 인물과 빌이 부딪히면서도 후에는 함께할 사람이라는 점이 공고히 해지는 과정은 경력 끝자락에 있는 제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M$

BASIC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모두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은
1) 이러한 〈사용자〉의 대부분이 BASIC을 구매한 적이 없다는 점
(알테어 소유자의 10퍼센트 미만이 BASIC을 구매했습니다),
2) 애호가들에게 판매된 BASIC의 로열티를 알테어 BASIC에 투입된
시간의 가치로 환산하면 시간당 2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알고 있다시피,
여러분 중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훔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람이 대가를 받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13장 마이크로-소프트

저와 비슷한 세대분들이라면 ‘M$’ 라는 용어를 알겁니다. MS 를 비꼬는 말이었는데, 이 당시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정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한 빌 게이츠의 공개 서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빌 게이츠가 컴퓨터를 처음 접하기 전 이 분야의 배경은 스티븐 레비가 쓴 《해커, 광기의 랩소디》를 보면 오픈 소스 진영이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잘 나옵니다. 그 책 마지막에 나온 인물은 IT 에 있는 분들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리처드 스톨먼’입니다. 오픈 소스 분야는 본인들 결과물을 알리는 역할도 하지만, 이 코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겪을 때 컨설팅을 통해 이익을 보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소프트웨어 자체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대학 당시에도 이 당연한 문제에 왜 그렇게 욕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저도 남들처럼 해적 프로그램을 찾아다녔습니다. 이런 논의조차 이젠 좀 무색해진 지금이지만, ‘M$’가 어떤 배경으로 나온 말인지 이제 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빌 게이츠 인생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있길 기대했습니다. 목차도 제대로 안 보고 독서를 시작한 제 탓이겠지만, 알았다 한들 안 읽지도 않았을 겁니다. 다음에 나올 책은 제가 제일 궁금한 시애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MS 역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과 배경이 있었는지 들어보면 당시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접하며 사용한 MS-DOS 와 Windows, 그리고 익스플로러에 대한 회상으로 흥미진진할 겁니다. 그래서 빨리 다음 책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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