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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1

마스터스 오브 로마 6부

시월의 말 1

The October Horse

Book 6 of 7: Masters of Rome
Colleen McCullough | 2002


폼페이우스가 죽고 카이사르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들어갑니다. 알렉산드리아 전쟁이 당시 배경이 됩니다. 이 전쟁을 필두로 젤라 전투를 거쳐 탑수스 전투를 마지막으로 모든 전쟁에 승리한 뒤 로마로 돌아오는 과정이 이 책 내용을 이루는 큰 줄기입니다.


돗자리와 둘만 남게 되자
카이사르는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찬찬히 살폈다.
그러다 무릎을 꿇고 앉아
한쪽 끄트머리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숨은 쉴 만하오?” 그가 물었다.
안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새어나왔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카이사르는 돗자리 양끝이 얇은
골풀 줄기를 짜넣어 메워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두께를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말로 기발하군!
그는 덧대어진 골풀을 떼어낸 뒤
아주 조심스럽게 프타의 선물을 펼쳤다.
그녀가 돗자리 안에 숨을 수 있었던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는 붙어 있는 거라곤 없었다.

제1장 이집트의 카이사르 ― 기원전 48년 10월부터 기원전 47년 6월까지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의 첫 만남은 많이 회자된 내용입니다. 돗자리에 자신을 숨겨서 들어오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은 그래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긴 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카이사르 눈을 빌어 표현한 클레오파트 모습은 노골적입니다. 못생겼다. 여성이면 의례 갖출 것이라 기대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가 어떤 관계로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맥락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펼쳐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니, 비디, 비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말을 모토로 삼을까 생각중이네.
이 말에 들어맞는 상황이 걸핏하면 생기는데다
간명한 표현이기까지하니 말이지.
최소한 이번에 ‘오고 보고 이길’ 상대는 외국인이군.
동방의 문제들은 바로잡았네. 엉망진창이었어!

제3장 소아시아 정리 ― 기원전 47년 6월부터 9월까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멋진 문구를 친구인 가이우스 마티우스에게 편지하는 형식을 빌어 표현합니다. 아시아에 있던 폰투스 왕국과 싸운 젤라 전투에서 승리한 뒤 나오는 이 문구를 전 멋지게 표현할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드라마틱한 방식과는 거리가 완전히 먼 형식을 빌었습니다. 너무나 간단하고 명백한 표현이라 번역이든 표현이든 바꾸진 않았지만,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갔다는 건 약간 아쉽기까지 합니다.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그의 아들과 벗과 의사는 몸이 굳은 채
자신을 하나하나 망가뜨리는 그를 지켜보았다.
카토의 입이 침묵 속에 벌어졌다.
이어 대발작이 시작되었다.
아직 뜨여 있는 회색 눈에 죽음의 기운이 어렸다.
홍채가 사라지고 검은 동공이 넓어진 끝에
결국 옅은 금색 광휘가, 마지막 죽음의 기운이 떠올랐다.
카토의 영혼은 떠났다.

제5장 쓰라린 승리 ― 기원전 46년 1월부터 7월까지

키케로가 표현한 것처럼 덕은 있으나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었던 카토. 그의 마지막 모습은 자극적인 면이 있어 인용구는 살짝 다른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완벽주의이자 이상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그의 끝을 보고 있자면 씁쓸합니다. 그리고 그런 성향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서 스스로 마지막을 걸어갔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보여준 카이사르를 보면 정치적인 인간이 이런 모습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게다가 전쟁도 정치의 연장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전투를 지휘하며 도시와 제도를 정비하는 모습이나 그 와중에 클레오파트라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나라면 절대 못하겠구나 하는 벽을 느낍니다. 정말 정점에 선 사람들은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선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리고 카토의 행군도 인상적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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