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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2

마스터스 오브 로마 6부

시월의 말 2

The October Horse

Book 6 of 7: Masters of Rome
Colleen McCullough | 2002


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북아프리카에서 승리 이후 로마에 돌아온 카이사르가 개선식을 거행하고, 많은 정치력을 행사하며 공화주의자들의 반발을 겪다가 결국 카이사르가 암살되는 바로 그 시기입니다. 그 이후 권력 공백기에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 싸움까지.


“그애가 가쁜 숨을 쉬는 환자란 걸 알고 계십니까?”
루키우스가 발을 멈췄다.
“맙소사! 아니, 몰랐네.”
“딜레마입니다, 그렇지요?”
“아, 그렇지.”
“하지만 난 그애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루키우스.”
“아직 시간이 많아.”
루키우스는 한 팔로 카이사르의 두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안았다.
“카이사르의 행운을 잊지 말게, 가이우스.
누구로 결정하든 카이사르의 행운이 함께할 거네.”

제7장 균열의 시작 ― 기원전 46년 인테르칼라리스부터 기원전 45년 9월까지

위대한 인물들을 다른 위대한 인물들을 알아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보통 내 수준까지 되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나보다 나은 사람도 알아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감정이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리더라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로마 오현제 중 마지막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그런 리더들은 결국 그 조직을 꺾어버리게 되고, 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국운의 상승세가 꺾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흥분이 일며 해방자들이 몰려들었다.
단도가 솟아올랐다 내리꽂히며 피가 뿜어져나왔다.
카이사르는 저항을 멈추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카이사르의 특별한 정신은
자신의 존엄을 손상시키지 않고
죽음을 맞는 데 남은 미력을 쏟아부었다.
카이사르는 왼손으로 토가의
주름진 부분을 잡아 얼굴을 가리고
오른손으로는 허벅지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토가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이 썩어빠진 고깃덩어리들 중 그 누구도
카이사르가 죽음의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보아선 안 되었다.
품위 없이 드러난 카이사르의 다리를
기억하며 조롱해서도 안 되었다.

제8장 거인의 몰락 ― 기원전 45년 10월부터 기원전 44년 3월 말까지

책에는 더 끔찍한 묘사들이 있습니다. 결국 당대에 너무 뛰어난 인물이 시대를 읽지 못한 평범한 인물들에게 폭력으로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알면서도 슬퍼집니다. 학창 시절이나 성인이 된 이후 호기심으로 역사에 대해 공부할 때는 왕정에 대해 거부감이 상당했던 로마가 좀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었습니다. 공화정이라고 해도 폭력이 일상이었던 당시에 이런 정치 체제는 로마와 그리스만 있었을 것이고, 대부분이 왕정이었을텐데 이 정도로 거부감을 가졌을 것이라고는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로 접하면서 이런 면은 이해가 된 부분이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공감 능력이 이렇게 보충됩니다.


“죽으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 좀 먹게.”
아그리파가 말했다.
“어서, 카이사르, 먹어!
자네는 그 이름처럼 강인하지도 않고
힘줄이 툭툭 불거진 늙은 새도 아니야.
뱃속이 텅텅 비어 있다고. 어서 먹어!”
“이 친구를 카이사르라고 부르지 말게!”
플라우티우스가 염소울음 소리를 냈다.
“이 친구가 입양이 된대도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지
그냥 카이사르가 아니야!”
“저는 카이사르로 부르겠어요.” 아그리파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를 카이사르로 불러준 첫번째 사람이
마르쿠스 아그리파라는 사실을 절대로, 절대로 잊지 않겠네.”
논란 많은 이름의 상속자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항상 내 곁을 지켜주겠나?”
아그리파가 손을 맞잡았다. “그러지, 카이사르.”

제9장 카이사르의 상속자 ― 기원전 44년 4월부터 12월까지

옥타비아누스를 언급할 때면 그 단짝으로 여겨지는 아그리파가 떠오릅니다. 그들의 첫 만남이 책 전반부에 나오고, 그 관계가 어떻게 두터워지는지 시간이 지나가면서 상세히 나옵니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의 상속자가 된 직후 이 대화가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작가의 상상이지만, 그 생경한 현장은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카이사르가 암살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 저는 공화정이 좀 더 유지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로마의 체제를 옹호하는 카이사르 입장에서는 되도록 그 체제 안에서 움직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변화도 그 체제가 옹호하는 방식으로 주도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삼국지에서 조조가 위나라를 세우지 않았고, 사마의가 진나라를 세우지 않았다지만, 분명 그럴 의도가 있었던 것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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