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
마스터스 오브 로마 7부
Antony and Cleopatra
Book 7 of 7: Masters of Rome
Colleen McCullough | 2007
드디어 마지막 책입니다. 한 하늘 아래 두 태양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권력이 논리입니다.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전면전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공화정 마지막에 벌어진 악티움 해전도 이때 벌어지고,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의 죽음도 이때 일입니다.
“나는 언제 죽습니까?”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이 막사 안에서요.
다른 누구에게도 믿고 맡길 수 없으니 내가 직접 해야 하오.
혹여 내 기술이 부족해서 당신의 죽음이 더 고통스러워진다면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오.”
“내 아버지께선 ‘순식간에 끝내라’고 하셨죠.
당신이 이 말만 명심한다면 불만 없을 겁니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당신 목을 칠 수는 없소.” 옥타비아누스는 매우 창백했다.
입이 뜻대로 말을 듣지 않아 애를 쓰는 바람에 콧구멍이 벌어졌다.
그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그럴 만한 근력도 없고 그만큼 냉혹하지도 못하오.
당신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고.
티르소스, 저기 저 천과 저 끈을 건네주게.”
제5장 전쟁 - 기원전 32년부터 기원전 30년까지
별볼일 없이 끝난 악티움 해전에서 패배한 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궁금한 부분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카이사르의 친아들인 카이사리온이 어떻게 죽었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카이사르가 너무 많다는 말로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리온을 죽이라 명령한 것이 역사적 사실의 전부인 것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여 그 과정을 묘사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나름 설득력도 있습니다.
“그에게 더 좋은 이름을 찾아주게.”
아그리파가 마이케나스에게 말했다.
이름을 생각해낸 건 시인 베르길리우스였다.
“이건 어떤가,” 마이케나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우구스투스?”
옥타비아누스는 눈을 깜박였다.
“아우구스투스?”
“그래, 아우구스투스.
높은 자들 중에 가장 높은 자,
영예로운 자들 중에 가장 영예로운 자,
위대한 자들 중에 가장 위대한 자라는 뜻이네.
그리고 아무도 코그노멘으로 사용한 적이 없네.
단 한 명도 없었어.”
“아우구스투스.”
옥타비아누스는 입안에서 이 말을 굴려보며 그 느낌을 음미했다.
“아우구스투스……. 그래, 마음에 드네.
아주 좋아, 아우구스투스로 하지.”
제6장 변신 - 기원전 29년부터 기원전 27년까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에서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디비 필리우스 아우구스투스’로 불리는 과정입니다. 실제 ‘아우구스투스’는 원로원이 정한 것으로 압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이를 세상에 각인시킨 인물로 여기서는 직접 작명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이 책이 마무리되면서 로마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갑니다. 이 긴 서사가 마무리 되는 과정은 참 아쉽습니다.
이 시리즈가 끝났습니다. 저자가 타계한 지금은 이 시리즈가 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제정 이후 오현제 시대도 이런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도 있지만,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태평성대나 잘 나가는 시대에 벌어진 역사는 소위 말하는 자극이 없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막상 그 시대는 힘든 시기인 난세, 즉 한 국가가 태동하는 시점과 저물어 사라지는 때입니다. 소설이 실제 역사와 어떻게 다르게 묘사되는지를 살피는 것은 역사 소설을 보는 가장 큰 재미입니다. 너무도 부족한 리뷰로 남겨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답답함은 뒤로 하더라도, 그 재미에 흠뻑 빠지게 한 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강하게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