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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추적자들

다크웹의 비트코인 범죄자 사냥 - 암호화폐 익명성의 신화를 깨다

어둠 속의 추적자들

Tracers in the Dark

The Global Hunt for the Crime Lords of Cryptocurrency
Andy Greenberg | 2022


사이버 보안과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국 저널리스트 앤디 그린버그가 쓴 다음 저작입니다. 이 책은 이전에 소개한 것과는 다른 분야로 사이버 범죄를 다룹니다. 바로 다크웹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로 여기에 쓰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어두운 면과 오해를 밝힙니다.


실크로드

2013년 10월 문제의 온라인 암시장이 폐쇄될 무렵,
실크로드는 전례 없이 거대한 마약 및
돈세탁 시장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을 실크로드 설립자는
이들의 코앞인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암약한 것이었다.

1부 이름 없는 남자들
1장 엘라디오 구즈만 푸엔테스

사이버 범죄에 많이 등장하는 것이 다크웹DarkWeb입니다. 일반적으로 웹에 접근하는 프로토콜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여기에 사용되는 것이 토르입니다. 이 공간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매하지 못하는 것들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이 다크웹에 들어가 보진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무엇을 사고 파는지 모릅니다. 다크웹만 전문으로 다루는 보안 업체도 있을 정도로 이 분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시장이 큰 걸로 짐작됩니다.

실크로드는 IT에 있다 보니 흔히 듣던 곳이긴 합니다. 당연히 범죄와 연관된 곳으로 연상되었던 이곳이 어떻게 운영진이 체포되고, 폐쇄되었는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런 범죄 소굴이 소탕되면 그렇게 끝나지는 않기 마련입니다. 실크로드 2가 나오고, 더 가서는 알파베이도 나옵니다. 인류 역사와 함께 계속되는 범죄를 보면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이 힘을 받는 것 같습니다.


랜섬웨어

랜섬웨어의 경우 해커들은 피해자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잠가버리거나
하드드라이브를 암호화한 뒤, 이를 풀거나 해독할 키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백에서 수천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몸값(랜섬)으로 요구했다.
이렇게 취득한 랜섬웨어 지불금은 BTC-e라는 수상한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했다.

2부 청부 추적자
20장 BTC-e

범죄는 항상 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돈세탁에 전환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비트코인에 익명성 얘기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저도 비트코인을 거의 초기때부터 알았지만, 정작 기술 분석은 그로부터 8년 정도 지난 암호화폐 광풍이 불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모든 거래 기록이 채굴이라는 형태로 경쟁적 장부 기록을 기반으로 한 이곳에 어떻게 익명성이 있다는 얘긴지 도통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인물을 특정하지 못할 뿐이지 한 가지 단서라도 나오면 모든 기록을 찾을 수 있는 암호화폐가 어떻게 익명성으로 대표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현금도 아니고.

그래도 이런 오해로 인해 돈세탁으로 쓰이던 이 암호화폐가 범죄자들을 소탕하는데 한 몫을 하게 됩니다. 물론 초창기라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웠을 수사 기관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수사 기법을 보면 괜히 수사 기관이 따로 있는게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성범죄

2020년 7월초,
손정우는 검정색 긴팔 티셔츠 차림으로
소지품이 든 녹색 비닐팩을 들고 서울 구치소를 걸어 나왔다.
아동 성 학대에 대한 한국의 관대한 법제 탓에,
그는 불과 18개월을 감옥에서 보냈을 뿐이었다.

4부 웰컴투비디오
46장 파급효과

외국에서도 유명한가 봅니다. 우리나라 법은 범죄자에게 참 너그럽고, 피해자에게 가혹합니다. 이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은 n번방과 박사방일겁니다. 죄질이 이에 비할바가 안 될 정도로 나쁜 것 때문일겁니다. 전 이 사건이 미국 수사 기관이 주도한 것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 당시 사건이 어떻게 수사가 진행되었는지 자세히 나옵니다. 그리고 결론은 위에 인용구로 나온 부분입니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제가 항상 드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초범에 대한 너무도 관대한 형량과 ‘반성’이라는 단어. (물론 이 책과는 다른 부분이지만, 촉법소년도 없어져야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윤석렬 탄핵을 미루는 헌재를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법질서는 참 엉망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면서 이런 것 하나 제대로 처벌 못하는 곳이면 미국으로 보내서 제대로 처벌받게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책 후반부로 인해 그냥 덤덤하게 읽다가 급발진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범죄는 없어지지 않을텐데, 가상 환경이라는 웹이 생겨나고 여기에 이젠 그전에 암호화폐가 보장하지 않던 익명성을 보장하는 암호화폐까지 등장하면서 범죄는 더 잡기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수사 기관이 잘 해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