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Culture
The Story of Us
Martin Puchner | 2023
한 분야를 다른 시각으로 조명해보는 것은 많은 영감과 흥미를 줍니다. 물론 제대로 된 분석을 한다면 말입니다. 저자 마틴 푸크너는 비교문학 교수입니다. 본인이 속한 영역에서 역사를 조명하는데 있어 ‘문화’를 그 도구로 사용합니다. 아니 어쩌면 문화를 얘기하기 위해 역사를 사용했다고 해도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유보다 교류로 보는 문화의 흐름
우리는 문화를 평가할 때 독창성을,
언제 어디서 처음 발명되었는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원조라는 주장은 종종 우월성과 소유라는
미심쩍은 주장을 뒷받침할 때 사용된다.
6 《베갯머리 서책》과 문화 외교의 위험
‘고유 문화’라는 말을 종종하고 듣습니다.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바탕에 깔린 단어지만, 책에서 관통하는 내용은 ‘문화에 소유자는 없다’ 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더 풍성해진다는 걸 몇 가지 에피소드로 전달합니다. 그런 교류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가진 선입견을 부드럽게 깨줍니다.
번역가와 매개자가 만든 또 다른 역사
오늘날에도 표지에서 번역가 이름이
빠지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마치 우리는 항상 원본에 접근할 수 있드며,
책은 개개인의 천재가 만드는 것이고,
문화 매개자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믿고 싶어 하는 듯하다.
5 고대의 흔적을 찾는 불교 순교자
이 부분은 저도 책을 읽으면서 종종 느끼는 점입니다. 고전은 오래되다 보니 번역가가 여럿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번역서가 한 번역가에 의해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 번역가들의 가치는 역설적으로 안 좋은 번역 작품을 볼 때 나옵니다. 마치 번역 품질은 좋아야 하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허진님은 이 부분에서 감정이 정화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화 매개자로써 제시된 에피소드는 ‘현장법사’입니다. 서유기에 차용된 이 실존 인물은 단순 번역을 넘어 여행, 그리고 종교를 아우르는 위업을 통해 불교라는 문화를 중국으로 가져왔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그 이후 인도에서 쇠퇴해버린 이 종교가 중화 문화권에서 꽃을 피우게 됩니다. 한 문화가 다른 문화로 넘어오는 과정은 불교가 유교 방식으로 전파되는 흥미로운 해석으로 정리됩니다.
과거를 현재의 시각으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
현재와 무척 달랐던 과거에 대해서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믿었는지
현대인의 관점에서 가정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13 새로운 과학에서 역사 소설이 탄생하다
공감이라는 건 상대방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주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쉽게 옛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처럼 느끼고 생각할거라 단정합니다. 그래서 역사를 볼 때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역사 대중서에도 이런 문제가 나와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더 오해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結
에필로그에는 ‘강남스타일’을 필두로 ‘한류’에 대해 말합니다. 한국 고유문화라고는 할 수 없는 ‘케이팝’을 보면 문화사가 순환과 혼합을 향하고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합니다. 한 테마로 역사를 보는 시각은 재미는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흥미 위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즐겨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재미와 깊이를 둘 다 잡은 대담한 시도였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