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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지 않는 법

수학적 사고의 힘

틀리지 않는 법

How Not to Be Wrong

The Power of Mathematical Thinking Jordan Ellenberg | 2015


저자 조던 엘렌버그는 위스콘신 대학교 수학 교수입니다. 그리고 천재입니다. 9세에 이미 대학 과정을 시작해 12세에는 SAT 수학 부문에서 만점을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세 차례 출전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상했습니다. 제 꿈을 한참 넘어선 분이라 부럽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어보면 글도 잘 씁니다. 위트도 넘치는 글을 읽다보면 천재가 모든 사람들에게 가진 능력을 다 가져가는구나 싶습니다.

이 책은 일상을 수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주제가 다양합니다. 복권, 여론조사, 법정 증거, 과학 실험, 통계 분석 등. 이중 몇 가지만 소개해 봅니다.


교육 과정 중, 많은 아이들이 수학 기차에서 내리는 지점이 두 군데 있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에서 분수를 배울 때다.
……
두 번째 위험한 지점은 대수를 배울 때다. 대수는 왜 그렇게 어려울까?
대수 이전에는 우리가 곧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알고리즘 방식으로만 연산을 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방식에서 우리는 덧셈 상자나 나눗셈 상자에
어떤 수들을 집어넣은 뒤 손잡이를 돌린다.
그러고는 상자 반대편에서 나온 수를 답으로 보고한다.
대수는 다르다. 대수는 거꾸로 하는 연산이다.

2부 추론
7장 죽은 물고기는 독심술을 하지 못한다

아이를 교육시키는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귀에 꽂힙니다. 특히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어떤 문제를 설명할 때면 이 정도는 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 더 주의해야 합니다. 분수는 초등학생들이 수학에서 만나는 첫번째 난관입니다.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딱 떨어지는 개념에서 부분이라는 개념을 추가해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숫자 표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연산까지 가게 되면 아이 입장에서는 난세가 시작됩니다.

수학을 좋아했던 입장에서 제게 난관은 확률과 통계였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이 부분이 가장 이해가 어려웠고, 4학년 수업이다보니 집중력이 완전히 낮은 상태에서 접한 분야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 분야에 대해선 선뜻 계산을 해내지 못합니다. 조건들을 놓고 어떻게 접근할지 손도 못대는 경우가 있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복권을 위험 없이 하려면 그냥 티켓 수십만 장을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올바른 티켓을 수십만 장 사야 한다.

3부 기대
13장 철로가 만나는 곳

책 내용 중 가장 흥미가 있었고, 분야를 넘나드는 주제였습니다. 복권 얘기가 나오면 기대값 주제가 따라옵니다. 경우의 수도 따라오는데, 이를 직접 실생활에 적용해 로터리 클럽을 운영한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 사례에 대해 자세한 수학적 얘기는 없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지나간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보니 생각보다 심오하고 복잡한 수학 분야가 적용되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사례가 이 책에 언급되는 것은 일절 없고,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지식을 따라가기에는 좀 난이도가 있습니다. 사영 기하학에서 통신 수학을 거친 뒤 통계와 확률로 돌아옵니다.


기하급수적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빠르다〉는 뜻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관행에 대해서 지나친 불평은 관두는 게 서로 좋겠지만…….
최근 한 스포츠 기자의 글을 읽었는데,
그는 예전에 이 단어에 관한 질책을 들었던 모양으로,
단거리 주자 우사인 볼트의 속도가 〈로그적으로 놀랍게 증가했다〉고 써두었다.
이게 더 나쁘다.

4부 회귀
15장 골턴의 타원

미친 듯이 웃었던 내용이라 소개합니다. 참 위트 넘치는 글입니다. 말투도 이럴 것이 분명해 한 번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승인 투표〉는 투표자가 자신의 선호를 전부 다 밝힐 필요는 없고
그저 투표 용지에 좋아하는 후보자를
개수 제한 없이 표시하면 되는 제도이다.
그렇게 해서 가장 많은 기표를 얻은 후보자가 이긴다.
내가 아는 수학자들 대부분은 승인 투표나 그 변형 형태가
다수 대표제나 즉석 결선 투표제보다 낫다고 본다.

5부 존재
18장 〈나는 무에서 이상하고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냈습니다〉

이번에 결선 투표 이야기가 나와서 짚어봅니다. 다수결은 단 2가지 선택에서 빛을 발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즉석 결선 투표제가 도입된 곳이 있는데, 여기에 어떤 수학적 오류가 있는지 짚어줍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어정쩡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투표제로 큰 문제점이 있어 폐지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선거 제도로 ‘승인 투표’를 언급합니다.



일상에 집중하게 되면 수학적 지식을 덜어내야 하고, 반대로 하면 너무 깊어져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그 적절한 위치를 잘 잡아 쓴 책이지만, 아무래도 좀 깊어진 이야기가 있다보니 집중력을 요구하긴 합니다. 책 자체도 두꺼워서 오랜 시간이 걸리니 몇 가지 주제만 읽고 넘어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수학을 사용한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그 결과만이라도 가져간다면 판단에 있어 오류를 줄이는 일이 될 겁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