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3
마스터스 오브 로마 2부
The Grass Crown
Book 2 of 7: Masters of Rome
Colleen McCullough | 1991
풀잎관 마지막 권은 로마 공화정의 이상이 어떻게 붕괴되어 가는지를 강렬하고 비극적인 필치로 보여줍니다. 마리우스와 술라, 두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로마를 장악하려 애쓰지만, 그 과정은 피와 배신, 복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민중과 병사, 귀족 모두 혼돈 속에 휘말리며, 통치의 명분은 점차 희미해집니다. 술라는 냉철한 전략가로, 마리우스는 고집스러운 개혁가로 그려지며, 그 대립은 시대의 운명을 상징합니다. 전쟁과 숙청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어린 카이사르의 존재는 다음 시대에 대한 암시처럼 기능합니다.
“정말 감행하실 겁니까,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뭘 말인가?”
“로마 진군 말입니다.”
술라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보게, 루키우스 리키니우스!
자네 어떻게 그런 걸 물어볼 생각을 하나?”
루쿨루스가 말했다. “그건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닙니다.”
“그것만이 자네가 얻을 유일한 대답이야.” 술라가 말했다.
제9장
술라와 마리우스의 권력 투쟁은 본격적으로 충돌하며 로마의 정치 질서를 무너뜨리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술라는 동방 원정을 앞두고 집정관이 되며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지만, 마리우스는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권력을 되찾기 위해 법안을 추진하고 민중을 움직입니다. 술라는 분노한 채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격하고, 이는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군이 수도를 점령한 사건이 됩니다. 그는 원로원을 강제로 움직이고 반대 세력을 숙청하면서 사실상의 독재 체제를 형성합니다. 마리우스는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병든 육체와 함께 점차 힘을 잃어갑니다.
한편 로마는 군사력에 의존한 통치 체제에 빠르게 길들여지고, 시민들은 공화정의 붕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술라는 동방 전쟁 준비를 재개하지만, 그가 떠난 로마에는 여전히 혼란과 복수의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마리우스를 따르는 세력은 기회를 엿보며 다시금 반격을 준비하고, 피의 정치가 계속될 조짐을 보입니다. 공화정의 원리는 무력에 의해 압도당하며, 로마는 법이 아닌 군대에 의해 움직이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합니다. 이 두 장은 로마 정치의 결정적인 균열과 함께, 시민이 아닌 장군이 나라를 움직이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마침내 로마에 입성했다.
새해 첫날, 합법적으로 선출된 집정관 자격으로서였다.
새하얀 말을 탄 그는 자주색 단을 댄 토가를 입고
머리에 떡갈잎관을 쓰고 있었다.
옆에는 거구의 킴브리족 노예 부르군두스가
아름다운 황금 갑옷을 입고 검을 찬 채,
덩치가 하도 커서 말굽이 양동이만한
바스타르나이의 말을 타고 행진했다.
그 뒤를 노예와 해방노예 5천여 명이
모두 강화 가죽으로 지은 옷을 입고 검을 찬 채 걸었다.
딱히 군인들이랄 순 없지만 그렇다고 민간인들이랄 수도 없었다.
제10장
술라는 로마를 떠나 동방 전쟁을 시작하고, 미트리다테스와의 충돌이 본격화됩니다. 그는 전략가로서 탁월한 지휘를 펼치며 적들을 압도하고, 동방의 여러 도시에서 승전을 거듭합니다. 전쟁 중에도 그는 로마 정치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으며, 로마로 돌아가 다시 권력을 장악할 날을 꿈꿉니다. 한편 마리우스는 로마로 복귀할 기회를 잡고, 민중과 일부 군세의 지지를 받아 반격에 나섭니다. 그는 술라와 반대되는 방식으로 권력을 잡으며, 과거의 원한을 갚기 위한 숙청을 시작합니다. 정치적 암투는 더욱 치열해지고, 로마는 또다시 유혈로 물듭니다. 젊은 마리우스와 술라의 잔존 세력 간 충돌도 격화되며, 공화정의 기반은 거의 붕괴 상태에 이릅니다. 카이사르는 여전히 조용히 주변을 관찰하며, 미래의 씨앗을 키우고 있습니다. 로마는 혼돈의 시대에 들어섰고, 누가 통치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이 마지막 장은 전쟁, 복수, 권력욕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전조로 그려집니다.
“음, 다른 예언도 했다.
그 여자는 로마가 낳은 가장 위대한 인물은 내가 아니라고 하더구나.
누가 제일 위대한 로마인이 될 거라고 했는지 넌 알겠니?”
“아니요, 아버지. 하지만 누군지 궁금한데요.”
젊은 마리우스의 가슴에는 단 한 가닥의 희망도 새어들어오지 않았다.
자기가 아니란 것은 알았다.
위대한 인물의 아들은 자기의 결함을 너무나 잘 아는 법이다.
“그 여자는 그게 어린 카이사르라고 했다.”
제10장
이 예언 중 카이사르 이야기는 실제로는 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마리우스가 카이사르를 정치적으로 손발을 묶어버린 이유로 저자가 넣은 장치입니다. 아주 절묘합니다. 유피테르 대제관이라는 최고 신관직에 임명하는 방법으로 이 부분이 시오노 나나미가 말한 로마인 이야기와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나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짜맞춘 시오노 나나미의 해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풀잎관》 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적 균열과 권력 투쟁을 정교하게 구성한 역사소설로, 정치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이야기의 중심축인 마리우스와 술라는 단순하게 영웅과 악당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이상과 방식으로 로마의 운명을 바꾸려 한 인물로 그려지며, 독자는 두 인물 사이의 점점 격화되는 대립을 통해 체제 붕괴의 전조를 읽게 됩니다. 이번 책은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과 개인이 시대에 맞서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불가피하고도 비극적인지를 조명합니다. 특히 어린 카이사르의 시선은 거대한 파국의 서사를 인간 성장의 관점에서 압축하며, 이후 시대를 예고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