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kluge)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Kluge
The Haphazard Evolution of the Human Mind
Gary Marcus | 2008
저자 개리 마커스는 인지 심리학자이자 인공지능 연구자입니다. 그는 뇌가 지닌 능력과 동시에 그 한계를 분석하면서, 진화라는 과정이 어떻게 우리 사고 체계를 ‘임시방편(클루지)’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어려운 심리 과학 개념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특히 그 통찰을 실생활과 연결시켜 읽는 이로 하여금 사고의 무기와 동시에 함정을 자각할 수 있게 합니다.
임시방편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prologue. 클루지 생각의 함정들, 그러나 생각의 무기들
클루지란 무엇인가?
아폴로 13호의 긴급상황과 맥가이버의 책략
‘클루지’는 공학에서 사용되는 단어라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 임시로 만든 해결책을 말하는데, 이 단어를 심리학에 투영해 설명합니다. 여기에 함께 고찰된 사항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라는 하드웨어를 포함해 인간이 가진 사고 체계도 진화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고 체계에는 그 한계가 있는데, 이것이 현재에는 맞지 않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유가 됩니다. 때로는 그 결과가 치명적이라고 할지라도.
불완전한 인간에 투영되는 진화론
각각의 클루지들은 또한 창조론의 근본적인 잘못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전지전능한 존재의 산물이라는 가정이다.
창조론자들이 아무리 끝까지 버티려 해도
불완전성은 이들의 상상을 무력하게 만든다.
전지전능한 공학자가 완벽한 안구를 설계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과
바로 그 공학자가 게으름을 피우며 어설픈 척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epilogue. 13가지 제안 우리들의 세계를 현명하게 만드는 법
불완전함을 통찰하라
개선을 위한 소중한 단서
이 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공학자는 창조자와 일치합니다. 제대로 만들었다면 이렇게 설계했을리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 불완전한 우리 사고 방식을 진화로 설명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역자가 후기에 우려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 사용된 이론적 배경에는 다분히 문제가 있다는 것과 학문적으로도 덜 숙고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래도 제게는 그 동안 심리학 분야 책들이 진화적 관점으로 우리 심리를 설명하는 내용들에서 공감하지 못했던 그 배경과 근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소되는 면이 있어 좋았습니다.
가끔 현대인이 과거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곤 했습니다. 또 반대로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 신생아가 현대에 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현대인은 단순히 문화나 시대상이 문제라고 한다면, 원시인들이 현대로 와서 자란다면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진화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그 신생아도 적응하지 못할게 분명하고, 과거로 간 현대인도 과거에 맞지 않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생각의 함정을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epilogue. 13가지 제안 우리들의 세계를 현명하게 만드는 법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역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이 가진 미덕은 에필로그에 담긴 인간 마음의 클루지를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런 제안들을 나열하는 것은 그 내용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긴 합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도저히 그 의도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 자신이 나중에 참조하기 위한 요약입니다. 물론 참조해야할 때 그 맥락을 잊어버릴게 분명하긴 합니다.
結
이번 책은 『역행자』 저자 자청님이 소개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청님과는 다른 면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진화심리학 입장에서 설명된 많은 책들을 읽거나 언급될 때 납득되지 않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설명하는 두 가지 주요 사안이 여기서도 논의되는 부분은 참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자청님이 받은 인사이트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되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같은 내용을 보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일겁니다. 그래도 양서들을 추천하는 책들이나 인용된 책을 상세히 작성해 주는 책들에서는 그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