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로비의 경제학

보잉에서 구글·쿠팡까지 미국을 움직이는

로비의 경제학

저자 진주화님은 경제/경영학 전문가로 이 책은 본인 박사 논문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핵심 연구 대상이 기업의 미국 로비 지출, 기업 PAC(정치활동위원회)의 정치 후원, 그리고 대관입니다. 즉, 책 주제와 실제 경력이 일치하는 부분으로 실무를 통한 경험을 비롯해 연구까지 뒷받침되어 있어 ‘로비’라는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로비와 뇌물

여기서 한국 독자들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미국의 로비 보고서에 기록된 ‘지출’은 대상자에게 건네는 돈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대상자에게 건네는 돈은 뇌물로 보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로비 비용은 뒷돈이 아니라, 로비라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되는 운영비와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1부 로비를 이해하는 기본 틀
2장 미국의 로비는 어떻게 굴러가는가
미국 로비의 제도적 기반 형성

저도 ‘로비’라는 주제를 안 좋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로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로비’와 ‘뇌물’을 혼동한다는 것이 핵심이고, 그 차이를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 이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로비 패턴화

LDA(로비공개법) 데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모든 것이 시간의 축 위에 놓인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업이 언제부터 이 이슈에 들어왔는지’, ‘특정 법안이나 규제 논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미리 움직였는지’, ‘정권 교체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대상과 이슈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같은 기업이 매 분기 같은 이슈를 적어낸다면 그것은 습관이 아니라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갑자기 지출이 튀거나 이슈가 급격히 바뀐다면, 정책 환경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즉 LDA는 로비를 사건이 아니라 패턴으로 보게 해준다.

1부 로비를 이해하는 기본 틀
4장 로비 데이터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기는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대상을 이해하는 시각을 ‘사건’에서 ‘패턴’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오랜 세월 사회 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체제’, 소위 영어로 시스템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협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그 구멍이 쉽게 메워지지 않기에 큰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른 입장인 조직 간에 있는 ‘로비’라는 활동을 벌어진 일이 아니라 그 흐름 자체를 눈에 보이게 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사회, 특히 정치와 재계 간의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한계

결정권을 가진 주체와 그 결과를 부담하는 주체가 다를 때, 로비는 기업의 역량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비용이 된다. 접근 구조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보호막으로 기능하지만, 그 대가는 종종 외부로 이전되곤 한다.

3부 로비, 피할 수 없는 선택
10장 로비는 ‘힘’이 아니라 ‘접근 구조’의 문제다
로비의 접근 구조

반면에 단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작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점은 심각한 편입니다. 분명히 이를 위한 해결책이 논의가 되었을 텐데도 자세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점입니다. 아마도 미국조차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을 가능성이 더 있다는 것이 이전에 소개한 『인플레이션의 습격』에 나온 주장이 떠오르는 지점입니다.



우리도 ‘로비’라는 체제가 도입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처럼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분들이라면 이 실체를 정확히 알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보는 내내 기업 친화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 때문입니다. 쿠팡에 대한 최근 사건이나 ‘회전문 인사’에 대한 긍정적 표현 등을 보면 저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은 저자의 주장이 마냥 객관적으로 보이진 않게 됩니다. 그럼에도 ‘로비’를 제대로 소개한 책들이 적은 이 시점에는 중요한 주제를 환기하는 책이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NC-ND 4.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

인기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