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의 강남
우리는 왜 강남에 주목하는가
독특한 전공 이력을 가진 작가 특성이 반영된 이 책은 역사라는 창을 통해 도시를 바라본 글입니다. 여러 도시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강남’이라는 지역이 형성된 기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 기원이라는 것도 박정희 정권 때부터 볼 수 있어 낯설지 않습니다.
평탄화를 못한 강남
강남 개발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으로 직접 관여했던 윤진우 씨는 추진 과정에서 이 언덕과 계곡의 심한 고저 차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회고했습니다. 정부의 도움이 있었다면 강남이 좀 더 좋은 시가지가 되었으리라는 것이죠.
1부 강남 이전의 강남: 도시화석으로 복원한 잊힌 기억
1장 그 많던 농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농촌 시절의 강남 풍경
'농촌 강남'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화석
저도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강남3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때도 강남, 특히 테헤란로를 잘 가지 않았기에 막상 접한 그곳에 대한 첫 느낌은 불편함이었습니다. 물론 교통은 아주 잘 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다만, 걷기를 좋아하던 제게는 평지가 별로 없다는 점과 생각보다 도로가 쭉 뻗은 건 아니라는 점이 ‘강남’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는 많이 달랐던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 책을 보며 알게 됩니다. 더불어 강남 개발을 정부가 주도했다기보다는 그 개발 붐을 이용했다는 해석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성수대교
6·25전쟁 때 파괴된 한강인도교를 개축한 한강대교를 비롯해, 성산대교, 성수대교 등은 북한군의 남하를 최대한 늦추고자 구조적으로 다리를 쉽게 끊을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런 점을 평소에 의식해 관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2부 강남의 탄생: 실패한 계획이 낳은 불패 신화
2장 첫 삽을 뜨다: 대전환기의 열망을 품은 영동지구
'한강뷰 아파트'에 어째서 벙커를 설치했을까
학창 시절 성수대교가 무너진 사건은 삼풍백화점과 함께 엄청난 충격을 줬습니다. 서울 출신이 아니었던 저는 그 현장을 좀 지나서 직접 보게 되었을 때 받은 강렬한 인상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대형 건설 사고가 연이어 벌어진 탓에 부실 공사 문제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일부러 잘 끊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는 것에 많이 놀랐습니다. 부실 시공이 아니라 관리가 문제였다는 것과 함께 당시 국가에서 벌인 건설 사업 대부분이 북한과의 2차 전쟁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의도로 건설된 시설은 일부에 불과한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롯데월드
무엇보다 롯데월드가 만들어지자, 잠실에서 ‘강남적 삶의 양식’이라 부를 만한 주거 문화가 탄생했습니다. 강남적 삶의 양식은 택지개발된 지역에 들어선 아파트단지,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수변 공간, 복합 쇼핑몰이라는 3대 요소로 구성됩니다. 이 3대 요소가 결합한 최초의 공간이 강남 3구, 그중에서도 송파구의 잠실지구였습니다.
4부 강남의 미래: 1극 도시의 출현, 제2의 강남은 없다
6장 거시적으로 보다: 확장 강남과 대서울권 시대
복합 기능을 품은 ‘강남적 삶의 양식’
이 책은 과거만 얘기하진 않습니다. 강남3구를 조망하며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 3가지를 잣대로 송파구의 역할과 영향을 세세히 다룹니다. 성남으로 뻗어나가 동탄을 넘어가는 다음 강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이 잠실지구에서 롯데가 한 역할 또한 신의 한 수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도박이나 다름 없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結
개인적으로는 지명에 대한 유래를 꽤 알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서래, 반포, 역삼, 한티, 대치, 한신 등등. 제가 살던 수원에 있던 화성이 화성시와 어떤 관계인지 몰라 답답했던 때가 기억나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이런 고유명사들에 대해 아는 분들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1/5이 사는 서울에서도 가장 핫 플레이스인 강남의 유래와 도시적 역할로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합니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사진이 많아 실제로는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